뉴욕 여행 5일차에 드디어 tourist day!
그 전까지도 관광객이었지만 뉴욕하면 떠올리는 클래식한 관광지는 드디어 오늘 간다.
우선 자유의 여신상(State of liberty)를 보러갔다. 자유의 여신상은 페리를 타고 관람을 할 수 있는데, 코스에 따라 페리 종류가 몇 가지가 있다. 나는 그 중 배터리파크에서 출발해서 리버티섬과 앨리스섬을 둘 다 들르는 페리를 탔다. 이상하게 입장하고 배에서도 한국인이 거의 없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너무 오래걸리는 코스라 그런 듯 했다. 사실상 자유의 여신상과 사진만 찍으면 되는거라 보통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1시간 ~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페리를 타지만 나는 스텔라가 예약을 해줬기 때문에 얼떨결에 3시간 정도 정석으로 구경을 다 하게 되었다.
배를 타고 10분 정도 달려 리버티섬에 내리면 자유의 여신상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사실 자유의 여신상은 너무 '미국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관광 명소'라고만 생각했는데 실물로 보니 생각보다 엄청 크고 압도되는 위엄이 있다. 예전에는 머리까지도 올라가볼 수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발 밑에까지만 올라가볼 수 있었다. 그래도 리버티섬에서 바라보는 맨하탄 뷰가 마치 내가 자유의 여신이 된 것만 같아 시원하고 좋았다. 심지어 오늘도 무지개를 봤다.

리버티섬에서 1시간 정도 구경한 뒤 다시 배에 올라타 앨리스섬에서 내렸다. 앨리스섬은 옛날에 미국으로 이민오는 사람들의 입국 심사를 했던 옛날 이민국 건물이 있었는데, 사실 그 안에 전시된 내용은 우리가 봐도 크게 감흥이 없는 내용이라 시간이 없다면 굳이 내리지 않고 바로 맨하튼으로 가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어이없었던 일이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참 많았는데, 어떤 사람이 우리한테 너무 당연하게 중국어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왜 본인이 기분나빠 하면서 가는건데...
다시 맨하튼으로 돌아와 10분 정도 걸어가서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을 보러갔다. 황소의 고환을 만지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나 뭐라나... 멀리서부터 줄서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소의 앞뒤로 줄이 있어서 원하는 곳에 줄을 서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나는 당연히 이렇게 추잡하게라도 부자가 되고 싶으니까 뒷편에 줄을 섰다. 이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만졌던지 전 세계의 '만지면 아들을 낳게 해주는, 공부를 잘하게 되는, 돈을 잘 벌게 되는 동상' 들처럼 특정 부분만 색깔이 반짝반짝 달랐다. 과연 난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침도 안먹고 관광을 했더니 배가 너무 고파서 얼른 파이브가이즈로 갔다. 뉴욕 여행 5일차가 되어서야 겨우 파이브가이즈를 가다니... 기껏 다녀왔더니 한국에도 새로 생긴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 생기면 줄 엄청 서야되고 가기 힘들테니 잘 다녀온 것 같다. 리틀치즈버거 1개씩, 감자튀김 스몰 1개를 주문했다. 토핑과 소스도 하나하나 다 선택해야된다고 해서 양상추, 구운버섯, 구운양파, 머스타드소스, 바베큐소스를 추가했다. 토핑을 아무것도 추가를 안하면 그냥 빵과 패티와 치즈만 주는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배가 고팠다고 쳐도 인간적으로 너무 맛있는 게 아닌가. 프랜차이즈가 이 정도면 다른 버거집은 대체 얼마나 맛있다는건지... 뉴욕에서 먹어볼 것이 너무 많아 햄버거를 한 번 밖에 못 먹어본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아쉽다. 감자튀김을 얼마나 많이 주던지 분명히 스몰이었는데 한국의 라지보다 양이 많아서 먹다 지쳤다. 땅콩도 무료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땅콩을 별로 안 좋아해서 안 먹어봤다. 음료수는 무한리필이 가능했고 종류가 정말 다양했는데 너무 많아서 오히려 고르기도 참 힘들었다. 미국에서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은 밥 먹기가 참 힘들 것 같다.

배를 두드리며 월스트리트를 걸었다. 사실 전날까지는 단체 관광객을 거의 못 봤는데 월스트리트는 단체 관광객이 엄청 많았다. 미국은 비즈니스용 빌딩이 정말 커서 저 큰 빌딩에 일하는 사람들이 엘레베이터를 타려면 출퇴근 시간이 지옥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그렇게 걷다가 기대했던 오큘러스를 갔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실물로 보니 더 하얗고 예쁜 건물이었다. 특히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흰 배경 위로 까만색 점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이 개미같이 보여서 출퇴근 시간대에 구경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그 옆에는 911 메모리얼 파크가 있었는데 건물이 있던 자리 2군데에 분수라고 해야 할지 정말 큰 구조물이 있었다. 구조물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옆에 꽂힌 국화꽃과 아래로 흘러가는 물소리가 어우러져 당시의 슬픔이 그대로 멈춰있는 것 같았다. 이 비싼 땅 중에서 웬만한 빌딩이 세개는 들어올 수 있을만큼 넓은 공간을 추모 공간으로 남길 수 있다는데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바로 건너편에 아마존고 매장이 있길래 들어가봤다. 일반 편의점 처럼 생기고 어플을 이용해 출입을 하는 구조였다. 내가 들어간 매장은 작은 일반 편의점 같아서 그런지 그냥 캐셔만 없지 별다른 특징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