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밋 전망대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NYU 거리를 갔다. NYU는 캠퍼스 없이 거리에 학교 건물이 중간 중간 있지만 사실상 그 거리 대부분의 건물은 NYU이고 심지어 도서관 바로 앞에 공원이 있다. 내 생각에는 사실상 그 거리 전체가 학교 캠퍼스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대학생들이 점령한 거리라 그런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저분했다. 나 대학생 때 학교 근처 거리 생각해보면 그러려니... 싶었다. 스텔라가 혼자 뉴욕으로 와서 기쁜일 슬픈일 다 겪으며 성장한 곳이라 생각하니 20대 초반에 혼자 타지에서 여러 감정을 겪었던 대학생 때가 생각나서 기분이 이상했다.

조금 더 걸어서 소호로 갔다. 다양한 브랜드 매장이 있었는데 요새 미국 여자라면 모두 입는다는 캐나다 브랜드인 aritzia에 갔다. 얼핏 보기에는 흔한 SPA 브랜드 같아보이고 특별하게 예쁜 느낌이 없어서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서 솔직히 구경만 하도 나오려고 했다. 그래도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하니 옷은 한 번 입어보고 나가자 싶어서 한국이면 절대 사지 않을... 유교걸이라면 입지 않을 대담한 스타일의 원피스를 두 개 입어만 보려고 했다. 그런데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니 내 몸에 없는 라인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게 뭐야? 라며 감탄으로 하고 정신차려보니 계산대로 향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날은 지갑도 안가지고 나온 바람에 스텔라가 대신 계산해주고 무려 해외계좌 송금으로 돈을 보내줬다. 원피스 하나에 150불이었고 2장을 사서 300불이나 되었는데 한국에서 입지도 못할 옷이라니... 하필 환율도 비쌀 때라서 돈이 더 많이 나갔다. 그렇지만 옷이 너무 예쁘기 때문에 후회는 전혀 없고 한국에서 유교걸도 입을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하는 중이다. 왜 aritzia를 미국 여자들이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그 때는 더 꼼꼼하게 옷을 사오고 싶다.
또 한국인이라면 필수로 방문하는 코스라고 할 수 있는 슈프림을 갔다. 그 전까지는 한국인을 많이 못 봤었는데 슈프림 매장 안에서만 3~4팀을 봤을 정도이니... 월요일이라 그런지 크게 살게 없었지만 그래도 귀여운 맨투맨 티셔츠와 스텔라와 함께 커플 모자를 샀다. 티셔츠는 150불 정도, 모자는 60불 정도였던 것 같다. 한국에도 9월에 슈프림 매장이 생긴다고 하던데 그래도 서울에만 생길거니까... 잘 사왔다고 생각한다!

배가 고파 죽겠다 싶을 때쯤 스텔라가 제일 좋아하는 피자집인 Rubirosa에 갔다. 2시 15분 예약이었는데도 가게가 꽉 차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미국 레스토랑같은 느낌의 아늑한 분위기였다. half&half로 해서 rubirosa supreme과 Honey Pie 작은 사이즈 1판과 샐러드를 1개 시켰다. 샐러드도 엄청 많이 주고 피자도 얇지만 엄청 커서 함께 먹으니 배불렀다. 완전 뉴욕식 피자는 아닌 것 같고 이태리식이 섞인 피자 같았다. 내 입에는 rubirosa supreme이 더 맛있었다! 배도 고팠고 맛도 있어서 싹 긁어먹으면서 우리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냐? 그랬는데 계산하고 나오면서 보니 우리가 제일 적게 먹은 것 같았다.

이 날은 뉴욕에 오고 처음으로 해가 뜬 날이기도 하고 체력도 회복이 많이 되서 엄청 빡세게 돌아다녔다. 소호에서 쇼핑을 한 것들을 주렁주렁 들고 둘째날 가려고 했다가 비가 많이 와서 못간 리틀 아일랜드, 하이라인, 베슬까지 갔다.
리틀 아일랜드는 스텔라도 처음 가본다고 했는데 정말 이름 그대로 항구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이었다. 강 위에 떠있는 구조물 위에 조경을 예쁘게 꾸민 정원이 있었고 허드슨 강을 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이어서 하이라인을 걸어서 베슬로 향하였다. 하이라인은 원래 기찻길이었고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되면서 도시 개발의 일환으로 공원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렇게 큰 건물들 사이에 기차가 다녔다니... 기차가 더이상 다니지 않게 되면서 큰 건물이 생긴걸까 궁금했다. 중간중간 비싸보이는 집들이 있었는데 비싸게 주고 산 집 바로 옆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집 안이 보여서 블라인드를 계속 치고 살아야하는게 아닐까? 라며 괜히 부자들 걱정을 해보았다.
중간에 계단식 광장에 앉아 잠시 쉬면서 스텔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선 대화를 하려면 무조건 카페를 가야하는데 미국은 어딜 가더라도 공원이나 광장, 하다못해 테이블 등 앉을 곳이 많아서 날씨가 좋을 때 밖에 앉아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하이라인의 끝에 베슬이 있었다. 내 생각보다도 훨씬 큰 구조물이어서 위압감이 들었다. 건물이 건축된 뒤 발생한 여러 사고들로 인해 더 이상 위로 올라가볼수는 없었지만 1층에 들어가볼수는 있었다. 직접 보니 안전장치가 부실해 보이긴 했지만 정말 아름다운 구조물이고 위에 올라가서 보면 더 예쁠 것 같았는데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다. 내가 건축가라면 많은 사람들이 누리길 기대하며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에서 사람들이 자살을 하면 자괴감에 빠질 것 같단 생각을 하며 선셋을 보았다.

저녁은 집 근처 치폴레에서 보울을 먹었다. 스텔라는 내가 치폴레에 가보고 싶다고 했을 때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은 엄청 맛있었다. 심지어 스텔라도 맛있다며 엄청 잘 먹었다. 손님이 엄청 많아서 한 10분은 줄을 서 있었다. 배달도 워낙 많은지 배달 기사들도 아예 치폴레 앞에 죽치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저녁이라 떨어진 재료가 많아서 있는 재료로만 조합해서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 맛있었다. 양도 많아서 1개로 여자 둘이 먹어도 거뜬했다.

드디어 길었던 3일차 여행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