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23 뉴욕

뉴욕여행 Day5, 뉴욕 관광 필수 코스 2탄(타임스스퀘어,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 로터리 티켓, Joe's pizza)

멀리멀리 2023. 6. 28. 08:32

아직 5일차가 끝나지 않았다.
 
  드디어 뉴욕을 와서 처음으로 타임스스퀘어를 갔다. 사실 비가 안왔다면 첫째날 저녁에 갔을텐데... 그래도 뉴욕의 정신없음에 적응이 되고 가서 그런지 타임스퀘어에서도 정신을 조금이나마 붙잡고 다닐 수 있었다. 뉴욕에서 제일 사람많고 시끄럽고 화려한 곳이다. 전광판 패널이 단지 많을 뿐인데 어쩜 그렇게 화려한지... 여기도 자유의 여신상과 마찬가지로 '아주 전형적인 뉴욕 관광지'라고 생각했지만 유명한 이유가 있는 거였다. 길거리를 다니기만 해도 도파민이 분출되는 기분이었다.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인형탈 쓰고 분장한 사람들을 사진 찍거나 쳐다보면 돈 뜯길수도 있다면서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호객을 빡세게 안해서 괜찮았다. 알고보니 예전에는 너무 심하게 하다가 자기들끼리 싸움도 나고 경찰에 제재를 많이 당해서 요새는 조금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그나마 평일이라 사람이 적은거라고 했는데 많을땐 앞으로 나갈수가 있을까 싶다.
 

전광판 천국 타임스스퀘어


 
 
  세상에나 한국에서도 뮤지컬을 안(못)보는 내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도 봤다. 사실 한국에서도 뮤지컬이 넘 비싸서 안보는데 굳이 미국가서 봐야할까 싶어서 처음엔 일정에 넣지 않았다. 그런데 뉴욕에 와서 스텔라와 여행 일정을 얘기하다가 35불에 좌석을 구할 수 있는 로터리티켓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만약 되면 보러가고 안되도 뉴욕에서 다른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딱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편한 마음으로 신청을 했다. 전 날 오전에 알라딘, MJ, 라이온킹을 나와 동생의 이름으로 신청을 했는데 그날 오후 3시에 내가 신청한 알라딘이 예비당첨이 되었다! 한 시간 내로 다른 사람이 결제를 안하면 내가 당첨된다고 해서 오후 4시에 메일을 확인해야 하는데 까먹고 있다가 급 생각나서 4시 반쯤 메일을 확인했더니 당첨이 확정된 것이다. 그래서 바로 결제를 했고 얼떨결에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뉴욕에서는 항상 불운한듯 온갖 행운이 따라다녔던 것 같다. 마침 뉴욕행 비행기에서도 알라딘 영화를 봤는데!
극장이 정말 영화에 나오던 것처럼 클래식해서 공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현실감각이 사라졌다. 무대는 생각보다 작은데 객석이 3층까지 높게 있었고 아주 좁아서 옆 사람이 들어오면 일어나서 비켜줘야 할 정도였다. 키 큰 남자면 무릎이 앞좌석에 닿아서 힘들 정도였다. 여기서 또 불운한듯 행운인듯 다시 불운인게 자리 위치는 좋았지만 우리 바로 옆에 갓난아기를 데려온 사람이 있어서 조용한 장면마다 아기가 칭얼거리고 울어서 아주 많이 신경이 쓰였다. 심지어 제일 중간 자리면서 인터미션이 끝나자마자 화장실 간다고 나가서 우리줄 다 비켜줘야해서 너무 짜증났다. 아기가 칭얼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거지만 애기 엄마 태도가 너무 별로라서 우리 줄 사람들 다 열받았다. 나는 그나마 로터리티켓으로 싸게 온거고 어차피 배우 대사는 못 알아듣기도 하고 여행 중이라 파워긍정인 상태여서 좋게 좋게 생각하고 넘어간거지만 제 돈 주고 온 사람이었다면 거의 20만원 가까이 주고 들어온 좌석이라 진짜 열받았을 듯 하다. 실제로 내 옆에 앉은 여자는 화장실 간다고 왔다갔다할때 대놓고 애기 엄마한테 뭐라고 하면서 짜증을 냈다. 그래도 이미 이렇게 된 거 공연이라도 제대로 보는 게 남는거다 싶어서 최대한 신경을 끄고 공연에 집중했다. 제일 좋았던 장면은 지니의 Friend like me와 알라딘과 자스민의 Whole new world였다. 사실 Whole new world를 부를 때 매직 카펫을 어떻게 탈지 궁금했는데 진짜로 카펫을 타고!! 별이 수놓인 하늘을 날아서 내가 다 황홀해 죽을뻔했다.
 

브로드웨이 알라딘 극장


 
 
 
  뮤지컬을 다 보고 나오니 비가 제법 쏟아졌다. 그런데 비 덕에 오히려 타임스퀘어가 조용해서 정말 편하게 밤의 타임스퀘어를 볼 수 있었다. 불운과 행운이 수시로 번갈아가며 찾아오는 여행자에게 딱인 상황이다. 심지어 인형탈 쓴 사람들도 비와서 장사를 공쳤는지 일찍 퇴근해서 시선을 마음대로 둘 수 있었다.
 
  야식으로 joe's pizza에 갔는데 아니 이 동네는 피자집이 여기 밖에 없는지 줄이 가게 밖에까지 길게 서있었다. 다른데 갈까도 싶었지만 내일 모레 뉴욕을 떠나는 나에게 다음은 없으므로 그냥 줄을 섰다. 웃긴게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줄 서있는 사람들한테 "여기 맛있긴한데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먹을 맛은 아니."라고 했는데 어느 나라나 줄서서 먹는 맛집에 대한 지역민들의 평가는 비슷하구나 싶었다. 하필 가게 앞에 지하철 환기구가 있어서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입맛이 떨어질 뻔했는데 막상 피자를 받아서 한입 먹으니 이렇게 맛있으면 10분 정도 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슬라이스로 시칠리안, 슈프림을 먹었는데 슈프림이 너무 맛있어서 눈물날 뻔했다. 뉴욕에서는 뭘 먹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Rubirosa는 좀 더 이태리에 가까운 피자라면 이건 뉴욕 피자 그 자체였다. 시장바닥 같이 바글하고 작은데서 겨우 다른 사람과 테이블을 쉐어해서 서서 먹는데도 너무 맛있었다. 이걸 먹고 이제 한국가서 피자를 먹어야한다니... 타코에 이어 한국에서 못먹는 음식만 자꾸 생겨난다.
 

조스피자 한국왜안와요


  스텔라의 집 앞에 있는 anita's icecream 가게도 맛집이라고 해서 집에 가는길에 들렀다. 웃긴게 낮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보였는데 밤이 되니 진짜 줄을 가게밖까지 서는 게 아닌가. 내 생각엔 주변 펍에서 술마시던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이 땡겨서 여기로 가는게 아닐까 싶었다. 술 먹다 아이스크림 먹는 건 국룰인가보다. 아이스크림 맛은 풍부했지만 내 입엔 너무 달았다.
 

술 먹고 아이스크림은 전 세계룰..


드디어 길고 길었던 5일차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