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23 뉴욕

뉴욕여행 Day4, 브루클린 입성(덤보, 브루클린 브릿지, 피터루거 스테이크, 윌리엄스버그, 피터팬도넛, 웨스트라이트, 트레이더조스, 홀푸드,

멀리멀리 2023. 6. 16. 09:11

 
  드디어 맨하튼을 잠시 벗어나 브루클린 일정을 하는 날이다.
 
  브루클린에 도착하자마자 덤보로 가서 여느 관광객처럼 사진을 찍었다. 워낙 사진 명소라서 당연히 인도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도로 한복판에 서서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차가 오면 피해 주면서 사진을 빠르게 찍고 돌아서자마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비도 피할겸 근처에 있는 카페인 devocion에 비도 피할 겸 커피를 마시러 갔다. 갑자기 비가 와서 그런지 아침부터 카페 안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주문하고 커피를 기다리는 중에 비가 그쳐버렸다.
 

아침부터 관광객이 많은 덤보


  그렇지만 피터루거 스테이크 예약시간 때문에 시간이 빠듯한 우리는 오히려 좋아! 라며 커피를 들고 바로 브루클린 브릿지로 걸어갔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많이 걸어가야 했다. 브루클린 브릿지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미국 국기가 꼭대기에 걸려있는 게 뭔가 자존감이 빵빵해보이는 다리였다. 웃긴게 브루클린 브릿지를 구경할 때 하늘이 반반으로 나뉘어서 절반은 쨍쨍하고, 절반은 먹구름이 잔뜩 껴서 빗방울이 떨어졌었는데, 우리 머리 위로 계속 먹구름이 따라왔는데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으면 하늘이 예쁘게 나와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했다. 다리 도로 위에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게 되어 있는 구조였는데 마음만 먹으면 도로로 언제든지 뛰어내릴 수 있을 것 같이 안전장치가 너무 없어서 놀랐다. 올라가면 벌금이 있다고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취해서 호기를 부리며 올라갈 사람이 분명 있을텐데라며 걱정이 들었다. 다리를 절반만 건너고 다시 돌아와서 피터루거 스테이크를 가기위해 버스를 탔다. 
 

브루클린 브릿지


  뉴욕에서는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버스는 딱 두 번밖에 타지 않았는데, 타는 방법이 좀 복잡했다. 그냥 버스를 탈 때 바로 메트로 카드를 긁으면 되는 버스가 있고, 정류장에 있는 기계에서 메트로 카드를 긁고 영수증을 뽑아서 타야되는 버스가 있는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두 종류를 다 타봤다. 그런데 예약 시간 때문에 마음이 급한데 버스는 신호도 너무 많이 걸리고 차도 막혀서 시간이 오래걸려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지하철을 타는 게 뉴욕 여행에서는 적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겨우 예약 시간에 딱 맞게 피터루거 스테이크에 도착했다. 스텔라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화장실을 가서 한참 오지 않는 바람에 서버가 주문 받으러 올까봐 몇 글자 없는 메뉴를 한참 정독하는 척을 했다. 겨우 스텔라가 와서 메뉴판을 내려놓고 가게를 둘러볼 수 있었는데, 여기도 한국인이 제법 있었다.
 
  사실 피터루거는 인종차별 이슈가 있는 식당이라고 해서 긴장을 좀 했다. 다른 식당에 비하면 서빙이 조금 터프한 편이어서 인종차별이라고 느껴지는 건지 진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서빙을 하는 건지는 아니면 내가 편견(?)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에는 불편한 마음이 들긴 했다. 근데 조금 앉아서 분위기를 보니까 그냥 직원들이 아저씨들이라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서버마다 편차도 있었다. 해줘야 할 서비스를 안해주는 건 아니라서 둔한 사람들은 잘 모를 것 같고, 인종 차별 문제가 신경 쓰이는 사람들은 다른 스테이크 집을 가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먹느라 바빠서 음식 나오고 나서는 아무 생각 안 들었다.
 
  그런데 여기... 스테이크가 너무 맛있었다. 심지어 식전 빵도 맛있어서 스테이크 나오기 전에 빵으로 배를 다 채울 뻔했다. 뉴욕 스테이크를 여러번 먹어본 스텔라도 이 정도면 맛있는 스테이크라고 했다. 시저 샐러드 1개, 스테이크 2인분, 와인 2잔을 시켰고 팁 20%까지 해서 200불이 조금 넘었다. 여기는 또 현금만 받는다고 한다. 배가 너무 불렀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끝까지 다 먹고 나왔다.
 

피터루거 스테이크는 맛있다


 
 
  배를 두드리며 윌리엄스버그를 걷다가 스파이더맨3에서 MJ가 아르바이트 하는 가게인 피터팬도넛을 갔다. 웃긴 게 출발 전에 집에서 브루클린 가면 스파이더맨 도넛가게를 가고 싶다고 했는데 스텔라가 처음 듣는다고 해서 내가 잘못안줄 알았는데 맞았다. 자 이제 누가 진짜 뉴요커지?
 
  여기도 현금만 가능한 곳이었는데, 진짜 오래되고 저렴한 동네 도넛가게여서 로컬 감성이 물씬 나서 좋았다. 난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배도 불러서 젤 안 달아 보이는 도넛 한 개만 샀다. 좀 더 걷다가 브루클린 공원에서 도넛을 먹었는데, 이게 웬걸 하나도 안 달고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서 한 개만 산 내가 미웠다. 두 개 살 걸!
 

피터팬도넛


 
 
 
 브루클린 공원에서 쉬다가 웨스트라이트 루프탑바에 예약한 시간에 맞춰갔다. 뉴욕엔 루프탑바가 많다고 하는데, 맨하튼에 있는 바는 맨하튼 전체를 볼 수가 없지만 여기는 맨하튼 전체를 볼 수 있는 곳이라서 좋았다. 술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그냥 이름만 보고 느낌으로 칵테일을 시켰는데 분명 주문할 때 서버가 너 스윗한거 잘 골랐네~ 라고 했었는데... 술이 너무 쎄서 정말 도저히 안주 없이는 마실 수가 없는 게 아닌가. 심지어 술 값도 비싼데 기본 안주도 안 줘서 물을 안주로 마셔야 하는 상황이가 배가 부른데도 어쩔 수 없이 안주로 달달한 케이크를 시켰다. 여기는 선셋을 봐야 된다고는 하는데, 테이블을 2시간 밖에 못써서 선셋은 못봤지만 대신 무지개를 봤다. 그리고 낮에 가도 충분히 좋은 경치를 가진 루프탑바였다.
 

브루클린에서 바라본 맨하튼


 
 
  뉴욕에 많이 있는 마트인 트레이더스조와 홀푸드를 들러서 기념품이나 선물용 물건을 샀다. 뉴욕에서 사 와야 할 기념품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간 바람에 이 때 마음을 못 정해서 한번에 다 못 사서 마지막날까지 마트에 들르느라 스케줄이 꼬여서 고생했다. 특이한 점은 과일이 정말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는 점과 요거트 종류와 프로틴바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비건이나 알러지 있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요거트와 프로틴바도 유제품이 아닌 코코넛, 아몬드, 오트밀크로 된 것이 많아서 좋았다. 난 유제품 알러지도 없고 비건도 아니지만 우유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서 한국에도 이런 게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거트를 코코넛, 아몬드, 오트, 캐슈넛밀크 각 1개씩 4개를 사서 아침으로 먹었는데 코코넛밀크 빼고는 다 실패했지만... 그래도 선택지가 많으면 좋지 않은가
 
  피터 루거의 영향으로 저녁까지도 배가 불렀지만 그렇다고 하루 한 끼만 먹기엔 너무 아쉬워서 집 근처 칙필레에 갔다. 줄을 서니까 직원이 와서 태블릿으로 주문을 받았다. 뭔가 효율과 비효율의 묘한 경계였다. 왜 치킨 버거가 아니라 치킨 샌드위치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치킨샌드위치 1개와 너겟을 사서 집에서 먹었다. 치킨패티만 소스도 없이 있었고 따로 주는 소스에 찍어먹는건데 별 것도 없는게 왜 그렇게 맛있던지... 배가 부른데도 맛있어서 샌드위치 절반을 다 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남긴 절반을 못 먹은 게 얼마나 아쉽던지.... 미국은 맛있는 게 정말 많은데 내 위장 용량이 너무 부족해서 슬프다. 한국에서는 어딜 가도 적은 위장이라는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 뉴욕 여행에서는 아예 체급이 안 맞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