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도착 후 이틀 내내 비가 오다가 드디어 해가 쨍쨍하게 떴다!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되어 새벽 5시에 깨서 준비를 했고 7시반에 아침으로 집 근처 베이글 가게인 bagle shop에 갔다. 거긴 관광객은 딱 나 혼자밖에 없는 찐 뉴요커 맛집이었다.
마침 내가 방문한 시간이 등교시간대라서 그런지 가게 안이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애들이 너무 많아서 뉴욕 사람들은 집에서 아침을 안 먹나? 싶었는데 베이글을 안사먹고 떠들다 그냥 가는 학생들도 많았다. 사장님이 스쿨버스 기다리는 학생들이 가게 안에서 대기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 보였다. 학생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썬드라이 토마토 크림치즈와 양배추를 넣은 에브리띵 베이글을 먹었는데 진짜 너무 맛있는 게 아닌가. 뉴욕에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는 걸로 1,2위를 다툰다. 마지막 날 아침으로 또 먹어야지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와본게 너무 아쉬울 정도이다.
사실 진짜 로컬 맛집은 아무한테도 알려주고 싶지 않지 않나. 이 집이 바로 그런 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베이글을 먹고 어제에 이어 다시 센트럴파크에 갔다. 워낙 넓은 곳이라 그런지 어제와 다른 구역을 방문했는데 여긴 인공호수를 정말 크게 만들어 놓았다. 호수를 따라 돌면서 산책을 하다가 기부금을 내면 이름을 새겨주는 벤치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그 벤치에 적힌 이름이 자기 이름이라고 말했다. 내가 살면서 기부한 사람들 이름 새겨놓은 걸 많이 봤지만 본인이 직접 등판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뉴욕은 진짜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는 곳인게 센트럴파크에서 뉴욕 너무 쿨하고 멋져!라고 생각한지 20분도 안되서 지하철 플랫폼에서 모르는 사람의 엉덩이를 보게 되는 불상사를 겪었는데 거기서 또 뉴요커의 도움을 받았다. 지하철을 타고 미드타운 쪽에서 내리려는데 같은 정류장에 내리는 어떤 아저씨가 문밖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하면서 내리려는 우리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줬다. 문 밖을 보니 어떤 남자가 바지를 벗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뒷모습밖에 못 보았다. 그래도 같이 내리던 아저씨가 우리한테 "아침부터 별 걸 다 보네 진짜 좋~은 아침이다."라고 말하길래 빵 터져버려서 미친 장면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미드타운 지역에는 관광객이라면 들러야 하는 곳들이 모여있어서 도보로 구경하기가 좋았다.
우선, 브라이언트 공원을 지나갔는데 그렇게 높은 빌딩이 많은 도심 한복판에 큰 녹지 공간과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많이 비치하는 게 인상 깊었다.

브라이언트 파크 안에는 뉴욕 공립도서관(NYPL)도 있었다. 뉴욕까지 가서 도서관은 가고 싶지 않았는데 건물이 너무 예뻐서 홀린듯이 들어갔다. 자료실은 뉴욕 시민이 아니면 들어가볼 수 없었지만 나머지 공간을 보면서 오래됨을 낡은 것이 아닌 클래식한 것으로 여기는 도서관 측의 태도와 굿즈샵도 운영하며 도서관 브랜드화에 성공한 NYPL과 그 직원들이 부러웠다.
BTS의 뮤직비디오 장소로 나왔다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넓으면서도 작았다. 두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대합실의 층고가 높아서 그런지 거대하면서도 플랫폼으로 들어가자마자 기차가 바로 보이는 점에서 그렇게 느껴졌다. 뉴욕 길거리를 걸으면 마리화나 냄새를 자주 맡을 수 있었는데 다들 기차 타기 전에 연달아 피는건지 역 근처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인건지 입구에 냄새가 심했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한 써밋 전망대를 예약하여 방문했다. 월요일 오전 10시였는데도 불구하고 입장에 30분은 걸려서 여긴 주말에는 절대 못 올 것 같았다. 웃긴게 뉴욕 여행하는 일주일 내내 비와 구름과 함께 했는데 신기하게도 써밋에 가는 날만 아주 맑았다. 날씨가 이렇게 될 줄 모르고 그냥 월요일로 예약한건데 정말 운이 좋았다. 스텔라도 써밋은 처음이라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방문했다. 정신나갈 것 같은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뉴욕이 한 눈에 보이는 엄청난 풍경이 반겨줬다.
풍경 외에도 거울, 풍선 등으로 다양하게 인스타그램용으로 사진 찍기 좋은 구역이 많았다. 입장하자마자 바로 보이는 곳에서 다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려고 자리 싸움을 하고 난리인데, 사실 좀 더 들어가면 다른 층에도 같은 뷰를 널널하게 찍을 수 있으니 굳이 들어가자마자 힘들게 사진을 찍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