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23 뉴욕

뉴욕여행 Day0, 출발도 전에 위기 봉착(인천공항 직통열차,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다락휴, 인하대병원 제1터미널 공항의료센터)

멀리멀리 2023. 5. 31. 09:38

  올해 초 스텔라가 6월엔 뉴욕 생활을 접고 LA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올 상반기가 아니면 뉴욕은 평생 못 가겠구나 싶어 바로 뉴욕행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대체 언제 그 날이 올까 싶었는데 결국 그 날이 왔다. 그런데 좀 많이 힘들게...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 금요일 오후에 조퇴를 하고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집에 도착했다. 5시쯤 저녁을 먹고 나니까 갑자기 속이 안 좋아졌다. 화요일 점심에 초밥을 먹고나서 체한 것 같은 증상이 계속 있어서 소화제를 먹으면서 관리를 했는데 그 정도로 관리가 되는 것이 아닌 장염 전조증상이었나보다.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병원을 갈 수 있었는데 기차 시간 때문에 동대구역에 가야 했으므로 병원을 들렀다 갈 수가 없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배가 아파서 내일 13시간이 넘는 비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문득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인천공항에 병원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니 역시나 있었다! 그것도 터미널마다 하나씩! 제1여객터미널 병원의 경우 원래는 24시간 운영했는데, 코로나 이후 영업시간이 8:00 ~ 20:00로 변경되었다고 했다. 내가 기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반이라 다락휴에서 하루 밤 자고 출국하는 날 아침에 바로 진료를 받기로 결심하며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서 인천공항 직통열차를 탔다. 직통열차는 처음 타봤는데 아직 덜 알려진건지 다른 루트가 더 인기가 많은건지 널널해서 아주 좋았다. 바깥을 구경하며 가다보니  제1여객터미널까지는 40분 정도만에 도착했다. 캐리어를 끌고 나와서 다락휴로 가는데 2019년 이후 처음 오는 인천공항이 새삼 이렇게 컸었나 싶었다. 두리번거리는 꼴이 딱 상경한 시골쥐였다.
 

직통열차 타는 곳이 별도로 있다
짐은 앞에 따로 두는 곳이 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9시 50분이라 엄청 새벽 비행은 아니었지만 첫 차를 타고 가기엔 너무 늦어서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그 전날 가야만 했다. 고속버스를 오래 못타기 때문에 야간버스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남는 것은 전날 미리 올라가서 하루밤 숙박을 하는 것이었고, 이동 시간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인천공항 내에 위치한 캡슐호텔인 다락휴를 예약하기로 했다.
 


  다락휴는 인기가 워낙 좋아서 2달 전에 예약 오픈할 때 미리 해야한다고 한다. 예약 오픈하자마자 바로 싱글샤워룸으로 예약했다. 카드키를 받고 무료로 주는 물을 한 병 들고 내 방으로 가 문을 연 순간 잠깐 당황했다. 고시원 수준으로 매우 작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후기에는 좁지만 괜찮다는 평이 대다수였지만, 나는 좁고 답답한 공간을 힘들어하는 편이라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이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컨디션도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옆쪽엔 샤워실, 뒤쪽엔 화장대 및 세면대가 있다


  그래도 컨디션이 너무 최악이라 눕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얼른 옷만 갈아입고 누웠다. 창문이 없다보니 불을 다 끄니까 너무 깜깜해서 오히려 일찍 못 일어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좋았던 것은 침구 컨디션. 침구는 정말 좋았다. 문제는 아무데서나 잘 못자는 나였다. 거의 호텔급 침구라는 것을 느끼면서도 안 좋은 컨디션+좁고 답답함+일찍 못일어날까봐 걱정 쓰리 콤보로 인해 거의 2시간 정도 밖에 못자고 일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픈 배를 보며 무슨 일이 있어도 병원을 꼭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9시 50분 비행기고 병원은 8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미리 체크인과 유심을 수령하고 병원 운영 시간에 맞게 가기 위해 6시 30분에 숙소에서 나왔다. 그 새벽에도 출도착동 모두 승객이 엄청 많았다. 연휴라서 그런건지 나 빼고 원래 다 잘 놀고 있었던 건지 억울해하며 10분 남짓 걸어갔다.
 
 
 
 
 
  아시아나 카운터를 찾아가니 이미 줄이 잔뜩 서 있었다. 셀프체크인 기계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은 수화물 전용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따로 붙였다. 대신 ESTA나 CDC, 백신접종증명서 등 각종 서류는 하나도 확인을 안해줬다. 비행기에서 옆자리 승객이 CDC에 대해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별도로 챙기거나 작성할 서류가 없다고 하는 것을 봐서는 아시아나 홈페이지에서 사전 정보 입력을 하면 자동으로 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미국 입국은 워낙에 걱정이 되니까 나머지 입국에 필요한 서류는 항공사만 믿지 말고 직접 챙기는게 좋을 것 같다. 
 
 
 
 
 
  체크인은 30분이 조금 안되서 끝났고, 공항 서점에서 7시부터 수령할 수 있는 유심을 수령했다. 7시 오픈이라 오픈할때 맞춰서 가니 줄이 길게 서있었지만 10분 정도만 기다리니 금방 받을 수 있었다. 차라리 7시 15분쯤 방문하면 거의 기다리지 않고 금방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체크인이나 유심 수령을 생각보다 빨리 해서 병원 운영 시간까지 너무 많이 남아서 병원 위치를 알아볼겸 지하1층을 한 바퀴 돌고 1층 도착동에서 앉아서 기다렸다.
 
 
 
 
  미국 여행 날 면세점도 아니고 공항 병원 오픈런이라니... 정말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시나리오였다...
 
  그래도 출국 시간이 새벽이 아니라 병원을 갈 수 있는 게 어디냐 위안을 삼고 10분 전에 가서 문 앞에 줄을 서있다가 8시 땡해서 1등으로 접수를 했다. 증상을 설명하고 곧 미국 가는 비행기를 타야된다고 하니 먼 길 가야하니 최대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주사와 약을 처방받았다. 의사선생님이 공항 병원에서 오래 하셔서 그런지 입, 출국인지 출국이면 얼마나 멀리 가는지 물어보시고 최대한 맞춰서 해주시는 느낌이라 좋았다. 주사를 맞고 나니 안심이 되면서 13시간 비행을 할 자신감이 생겼다.
 

그저 빛...


  10분도 안되서 진료를 다 받고 나오니 벌써 4명이 대기중이었다. 아침 비행기면 오픈런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약까지 받으니 8시 15분 남짓이었다. 심지어 진료와 약 둘 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어서 금액도 많이 비싸지 않아 좋았다.
 
  인천공항은 없는 게 없다. 이런 것도 있으려나? 하면 있더라. 덕분에 뉴욕행 비행기 탑승자 한명의 인권을 지킬 수 있었다. 약국에서 약을 받자마자 물약으로 된 지사제를 먼저 먹고 1시간 뒤에 알약을 먹으라고 해서 일단 지사제부터 짜먹었다. 맛이 없지만 지금 그게 대수인가. 
 
 
 
 
속으로 인천공항 만세를 외치며 한껏 편안해진 몸과 마음으로 입국장에 들어갔다.